2020년대 중반으로 접어들며 자동차 산업은 기술과 브랜드, 소비자 경험의 측면에서 또 한 번의 혁신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전동화전략을 중심으로 내연기관 중심의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으며, OTA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의 수명이 디지털 방식으로 연장되고 있습니다. 동시에 차량 OS의 발전은 자동차를 운영체제 기반의 스마트 디바이스로 만들고 있고, 브랜드경험 강화 전략은 소비자와의 관계를 더 정밀하고 깊이 있게 설계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4대 흐름을 중심으로 한국 자동차 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 봅니다.
1. 전동화 전략, 내연기관의 시대를 넘어
전기차와 수소차를 넘어선 통합 모빌리티 구상
탄소중립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세계적 요구 속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은 본격적인 전동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그룹은 2040년까지 모든 차종의 전동화를 완성하겠다는 계획에 따라, 전기차(EV), 수소차(FCEV), 하이브리드(HEV)를 동시에 운영하는 다중 전략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전기차 부문에서는 E-GMP 플랫폼 기반으로 아이오닉 5, 아이오닉 6, EV6, EV9 등 다양한 모델이 출시되었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동화는 단순히 전동장치를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생산 방식, 공급망, 인력 구조, 충전 인프라까지 전반적인 산업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을 포함합니다. 배터리 리스 사업, 충전소 운영, V2G(Vehicle to Grid) 기술, 재생에너지 연계 등도 함께 추진되며 자동차가 에너지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위해 시작한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전동화 전략은 기술 변화에 대한 대응을 넘어서, 산업 자체를 새롭게 설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자동차 산업의 가장 도전적인 과제이자 기회로 평가됩니다.
@ 전동화 전략은 자동차가 단절된 이동 수단에서 연결된 에너지 플랫폼으로 변모하는 여정입니다.
2. OTA업데이트, 자동차가 진화하는 방식의 혁신
출고 이후에도 계속 발전하는 스마트카
자동차의 고정된 성능 개념은 OTA(Over-the-Air) 기술로 인해 크게 바뀌고 있습니다. OTA 업데이트는 차량의 소프트웨어를 무선으로 갱신할 수 있는 기능으로, 스마트폰처럼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버그를 수정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현대차·기아는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OTA 기능을 탑재한 차량을 출시하기 시작했으며, 제네시스 G90을 시작으로 아이오닉 시리즈, EV6, 소나타 DN8 페이스리프트 등에 해당 기능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OTA는 단순한 편의 기능이 아니라,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의 핵심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기능의 성능 개선, 에어컨 제어 알고리즘 최적화, 차량 진단 시스템 업데이트, 보안 패치 등 다양한 기능을 사후에 추가할 수 있으며, 이는 차량의 수명과 사용자 경험에 직결됩니다. 특히 향후에는 기능 단위의 유료 구독(FaaS: Feature-as-a-Service) 모델이 활성화되면서 OTA는 새로운 수익 모델로도 작용하게 될 전망입니다. OTA의 도입은 자동차가 ‘한 번 사면 끝’이 아니라 ‘계속 진화하는 제품’이라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 OTA 업데이트는 차량을 ‘정적인 제품’에서 ‘유동적 서비스’로 재정의하는 기술입니다.
3. 차량 OS와 자동차의 운영체제화
하드웨어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의 전환
전통적인 자동차는 기계 부품의 조합으로 성능을 결정했지만, 이제는 차량 OS가 자동차의 두뇌 역할을 하며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차량 OS는 자동차 내의 모든 전자 시스템을 통합 제어하는 운영체제이며,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인포테인먼트, 전력 관리 등 모든 기능의 중심축 역할을 합니다. 현대차는 ‘ccOS(Connected Car Operating System)’라는 자체 OS를 개발하여, 2025년까지 모든 차량에 탑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차량 OS는 차량의 반응속도, 보안 수준, 인터페이스의 직관성 등 소비자 경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완성차 기업과 IT 기업 간 협력의 핵심 접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칩셋 아키텍처와 호환되어야 하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호환성 문제도 해결해야 하므로 고도의 기술 역량이 요구됩니다. 현대차그룹은 엔비디아, 인텔, ARM 등과 협력하여 차량 OS의 최적화를 진행 중이며, 향후에는 OS 기반 앱 생태계 구축도 추진하고 있어 자동차의 스마트폰화가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차량 OS는 자동차 산업의 중심축이 ‘강철’에서 ‘코드’로 이동했음을 상징합니다.
4. 브랜드경험 강화와 감성 중심 마케팅
차를 파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설계하는’ 시대
2020년대 중반 이후 자동차 산업은 제품 중심에서 ‘경험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브랜드는 더 이상 로고나 광고 문구로 소비자를 설득하지 않으며, 소비자는 브랜드가 제공하는 경험 전체를 통해 그 가치를 판단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는 각 브랜드의 방향성과 철학에 맞춘 브랜드경험 강화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구체적인 공간과 서비스로 실현해 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제네시스 수지, 제네시스 하남,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서울·하노이 등이 있으며, 이곳에서는 단순 차량 전시를 넘어서 디자인 철학, 소재 설명, 사용자 스토리텔링 등 다양한 감각적 체험을 제공합니다. 또한 디지털 채널을 활용한 비대면 시승, 고객 맞춤형 앱 기반 서비스, 멤버십 프로그램도 확대되며 브랜드와 고객의 관계가 더 긴밀하고 정서적으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이런 경험 중심 마케팅은 장기적인 충성도 확보는 물론, 브랜드 이미지의 고급화와 차별화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